Snulife 서울대광장 48607번글 cloud7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원글 주소 : http://www.snulife.com/snuplaza/5028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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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경어 생략)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헌법이 환갑을 맞은 날이다.
국회에서는 '힘겨워하는 서민들을 위하여' 레이저쇼를 펼치고 있고,
대통령은 힘겹게 이뤄진 국회개원때 연설한 걸 '중언부언하기 싫어서' 기념사 한마디도 생략했고,
방송사에서는 주총개시 30초만에 용역직원들의 경호 속에 낙하산 사장이 선임됐고,
종로에서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만여명의 시민이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고,
서울광장은 화분과 띠로, 세종로네거리는 전경차벽으로 가로막혀 있고,
그 와중에 집권자는 구 집권자가 '위법을 시인했다'면서 겨눈 칼끝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속에서, '입헌주의국가' 대한민국의 제헌 60주년은 '어느새' 흘러간다.
아, 쓰고 나니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더 생겼다.
방금, 삼청동에서 또다시 물대포, 소화기가 발사되었다(그래서 제목을 수정하였다).
그렇게, 서로 지칭하는 바 '불법시위대'와 '폭력경찰'의 싸움으로, 그렇게 마무리되는 오늘.
며칠 전에 대통령이란 사람이 한 국회시정연설이 생각난다.
내용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한 경제와 대북관계 발언들 속에서 역시 맥락이 스리슬쩍 묻혔지만,
'말보다 행동을 좋아하는' 이명박의 민주주의관이 이번처럼 직접적으로 표현된 건 처음인 듯하다.
그에 관한 측면만 한번 살펴보았다.
- '대의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의사가 곧 국민의 의사'임을 힘주어 말하는 가운데,
- (국회가 정한 바에 따른)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례와 무질서'와 '정보전염병'을 질타하는 한편,
- '통합'(!)을 통한 '발전'(글쎄, 내가 옛날에 배웠기로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다른 개념인데, 이 사람은 이걸 같은 것으로 보는 듯했다)으로 '세계일류국가'가 되자는 기조로,
- (내가 보기엔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인데) '정부는 법질서를 지키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가 돌아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겠'다고 한다.
물론 법질서를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하는
'자유와 권리'가 법질서의 준수와 '대가적인 관계'에 있다고 배운 기억은 적어도 내겐 없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한다는 목적이 국가권력(그리고 법질서)의 정당화근거라고 배운
기억은 있어도 말이다.
국가원수의 말과 내 기억이 정반대인 걸 보면, 내가 배운 게 잘못된 걸까.
그래, 현행헌법 전문(前文)에는 (국민이)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여야 한다는
구절이 있지(참고로 유신헌법 때 생겨서는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구절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도, '자유와 권리'가 앞서는 개념임을 (실은 이념적인 선언에 그칠지라도)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 선후를 뒤집는 내용의 선언으로, 제헌절 기념사조차도 '사실상 대체'해버린 것인가 말이다.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부터 '대놓고 받는' 대접이 고작 이 정도일 만큼의 가치밖에는
우리의 헌법이 가지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사람이 말하는 내용 속에서, 국민이 현존하는 개개 법(질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주장을 펼칠 여지는 그다지 없어보인다.
그런 가운데 -지금의 대내외적 위기(정말로 여러 면의 위기인 건 맞다고 본다)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더더욱 강조될, 아니 인위적인 강요라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통합'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은 정녕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까?
숙의(熟議)라는, 대의민주주의 성공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무시된 채, 대의만 강조되어도 좋은 걸까.
'자유위임'과 '독선' 사이의 차이가, '국민의 대표'라는 이름하에 무시되는 것은 괜찮은 걸까.
제헌절을 '기념'하기보다는 '고민'하게 만드는 오늘 하루를 보내고는, 의외로 그다지 문제제기되지
않고 있어보이는 문제를 한번 같이 생각해보고픈 마음에 끄적끄적 써봤습니다..
(원글 주소 : http://www.snulife.com/snuplaza/5028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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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경어 생략)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헌법이 환갑을 맞은 날이다.
국회에서는 '힘겨워하는 서민들을 위하여' 레이저쇼를 펼치고 있고,
대통령은 힘겹게 이뤄진 국회개원때 연설한 걸 '중언부언하기 싫어서' 기념사 한마디도 생략했고,
방송사에서는 주총개시 30초만에 용역직원들의 경호 속에 낙하산 사장이 선임됐고,
종로에서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만여명의 시민이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고,
서울광장은 화분과 띠로, 세종로네거리는 전경차벽으로 가로막혀 있고,
그 와중에 집권자는 구 집권자가 '위법을 시인했다'면서 겨눈 칼끝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속에서, '입헌주의국가' 대한민국의 제헌 60주년은 '어느새' 흘러간다.
아, 쓰고 나니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더 생겼다.
방금, 삼청동에서 또다시 물대포, 소화기가 발사되었다(그래서 제목을 수정하였다).
그렇게, 서로 지칭하는 바 '불법시위대'와 '폭력경찰'의 싸움으로, 그렇게 마무리되는 오늘.
며칠 전에 대통령이란 사람이 한 국회시정연설이 생각난다.
내용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한 경제와 대북관계 발언들 속에서 역시 맥락이 스리슬쩍 묻혔지만,
'말보다 행동을 좋아하는' 이명박의 민주주의관이 이번처럼 직접적으로 표현된 건 처음인 듯하다.
그에 관한 측면만 한번 살펴보았다.
- '대의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의사가 곧 국민의 의사'임을 힘주어 말하는 가운데,
- (국회가 정한 바에 따른)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례와 무질서'와 '정보전염병'을 질타하는 한편,
- '통합'(!)을 통한 '발전'(글쎄, 내가 옛날에 배웠기로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다른 개념인데, 이 사람은 이걸 같은 것으로 보는 듯했다)으로 '세계일류국가'가 되자는 기조로,
- (내가 보기엔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인데) '정부는 법질서를 지키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가 돌아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겠'다고 한다.
물론 법질서를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하는
'자유와 권리'가 법질서의 준수와 '대가적인 관계'에 있다고 배운 기억은 적어도 내겐 없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한다는 목적이 국가권력(그리고 법질서)의 정당화근거라고 배운
기억은 있어도 말이다.
국가원수의 말과 내 기억이 정반대인 걸 보면, 내가 배운 게 잘못된 걸까.
그래, 현행헌법 전문(前文)에는 (국민이)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여야 한다는
구절이 있지(참고로 유신헌법 때 생겨서는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구절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도, '자유와 권리'가 앞서는 개념임을 (실은 이념적인 선언에 그칠지라도)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 선후를 뒤집는 내용의 선언으로, 제헌절 기념사조차도 '사실상 대체'해버린 것인가 말이다.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부터 '대놓고 받는' 대접이 고작 이 정도일 만큼의 가치밖에는
우리의 헌법이 가지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사람이 말하는 내용 속에서, 국민이 현존하는 개개 법(질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주장을 펼칠 여지는 그다지 없어보인다.
그런 가운데 -지금의 대내외적 위기(정말로 여러 면의 위기인 건 맞다고 본다)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더더욱 강조될, 아니 인위적인 강요라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통합'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은 정녕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까?
숙의(熟議)라는, 대의민주주의 성공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무시된 채, 대의만 강조되어도 좋은 걸까.
'자유위임'과 '독선' 사이의 차이가, '국민의 대표'라는 이름하에 무시되는 것은 괜찮은 걸까.
제헌절을 '기념'하기보다는 '고민'하게 만드는 오늘 하루를 보내고는, 의외로 그다지 문제제기되지
않고 있어보이는 문제를 한번 같이 생각해보고픈 마음에 끄적끄적 써봤습니다..